상사화 꽃무릇, 같은 꽃인 줄 알았는데 전혀 다르네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 무렵, 사찰 주변이나 공원을 붉게 물들이는 화려한 꽃을 보신 적이 있으실 겁니다. 잎과 꽃이 영원히 만나지 못한다는 애달픈 사연을 가진 이 꽃을 우리는 흔히 ‘상사화’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축제나 사진 속에서 보았던 그 붉고 강렬한 꽃은 사실 상사화가 아니라 ‘꽃무릇(석산)’일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두 꽃 모두 잎과 꽃이 서로 다른 시기에 피어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생김새와 피는 시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이름만 비슷할 뿐 전혀 다른 매력을 가진 상사화 꽃무릇의 결정적인 차이점과 구별법을 명확하게 다룹니다.

상사화 꽃무릇 구별 대표 이미지

상사화와 꽃무릇이란? 뜻과 전설 이해하기

두 꽃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입니다. ‘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즉 꽃이 피면 잎이 없고, 잎이 있으면 꽃이 없다는 생태적 특성 때문에 꽃말이 상사화(相思花)가 되었습니다. 옛날 스님을 짝사랑한 여인의 넋이 꽃이 되었다는 전설처럼, 두 식물 모두 잎과 꽃이 서로를 그리워만 하다가 끝나는 운명을 타고났습니다.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종 자체가 다릅니다. 상사화는 수선화과에 속하는 식물로 우리나라가 원산지인 경우가 많고, 은은한 분홍빛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상사화

반면 꽃무릇은 정식 명칭이 ‘석산(Lycoris radiata)’이며, 주로 중국에서 들어온 귀화 식물로 핏빛처럼 진한 붉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입니다.

꽃무릇

우리가 흔히 ‘영광 불갑사 상사화 축제’라고 부르는 행사의 주인공은 사실 분홍색 상사화가 아니라 붉은색 꽃무릇입니다.

결정적 차이: 피는 시기와 색깔

가장 쉬운 구별법은 ‘색깔’‘피는 시기’를 보는 것입니다. 진짜 상사화는 여름꽃입니다. 7월 말에서 8월 사이에 피어나며, 꽃의 색깔은 연보라색이나 진분홍색, 혹은 노란색(개상사화) 등 파스텔톤의 우아한 자태를 뽐냅니다. 모양도 나팔꽃이나 백합처럼 통꽃 형태에 가깝습니다.

이와 달리 꽃무릇은 가을의 전령사입니다. 9월 중순부터 10월 초에 만개하며, 눈이 시릴 정도로 새빨간 붉은색 꽃을 피웁니다. 꽃잎이 뒤로 말리고 수술이 길게 튀어나와 있어 마치 붉은 거미를 연상케 하는 화려하고 독특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한여름에 본 분홍 꽃은 상사화이고, 가을 초입에 본 붉은 꽃은 꽃무릇입니다.

상사화 꽃무릇 차이 한눈에 정리

헷갈리기 쉬운 두 꽃의 특징을 잎이 나는 순서와 함께 표로 정리했습니다.

구분상사화 (Magic Lily)꽃무릇 (Red Spider Lily)
다른 이름개난초석산 (Lycoris radiata)
꽃 색깔분홍색, 연보라색, 노란색진한 붉은색 (적색)
개화 시기여름 (7월 ~ 8월)가을 (9월 ~ 10월)
잎의 순서봄에 잎이 났다가 진 후 -> 여름에 꽃이 핌가을에 꽃이 진 후 -> 잎이 나와 겨울을 남
꽃 모양백합처럼 단아하고 큼직함가늘고 길게 갈라지며 수술이 김

재미있는 점은 잎이 자라는 순서가 정반대라는 것입니다. 상사화는 봄에 잎이 무성하게 자랐다가 여름에 잎이 다 말라 죽은 뒤 꽃대가 올라옵니다. 반대로 꽃무릇은 꽃이 먼저 화려하게 피고 진 뒤에, 그 자리에 잎이 돋아나 파란 상태로 겨울을 납니다.

마치면서

이름이 주는 애틋함 때문에 혼용되어 쓰이지만, 상사화와 꽃무릇은 엄연히 다른 꽃입니다. 여름 뙤약볕 아래 수줍게 피어난 분홍색 꽃은 상사화, 가을바람에 붉은 물결을 일으키는 꽃은 꽃무릇이라고 불러주는 것이 이 아름다운 식물들에 대한 예의일 것입니다. 오늘 정리해 드린 상사화 꽃무릇 구별법을 통해, 앞으로 마주칠 꽃들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며 그 계절의 정취를 온전히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사찰 주변에 꽃무릇(상사화)이 유난히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단순히 조경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꽃무릇의 뿌리(알뿌리)에는 강한 독성이 있어 쥐나 두더지가 싫어하고, 방부제 효과가 있어 좀이 슬지 않게 합니다. 옛날에는 이 뿌리를 찧어 불경을 제본하거나 탱화를 그릴 때 풀에 섞어 사용했기 때문에, 문화재 보존을 위해 절 주변에 많이 심었다고 합니다.

집 베란다 화분에서도 키울 수 있나요?

네, 가능합니다. 배수가 잘되는 흙에 심으면 매년 꽃을 볼 수 있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입니다. 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알뿌리에 독성이 있으므로 반려동물이나 어린 아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섭취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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